예전에는 잘나가는 프로복서였지만 어느덧 시합 잡기도 힘든 늙은 퇴물 복서가 된 주인공 툴리(스테이시 키치)는 나이는 젊지만 실력은 전혀 없는 신인 어니(제프 브리지스)를 가르치며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하지만 이것마저도 생활고로 무산되고 만다. 결국 돈 몇 푼을 벌기 위하여 지방 소도시를 혼자 떠돌며 같은 레벨의 퇴물 복서들이랑 처절한 시합을 벌이지만 치열한 난타전 끝에 남은 건 몇 푼의 파이트 머니와 일그러진 얼굴뿐인데...

감독소개

존 휴스턴 John Huston 1906년 8월 5일~1987년 8월 28일
전설적인 영화배우 월터 휴스턴의 아들인 존 휴스턴은 쇼 비즈니스 속에서 성장했고 겨우 세 살 때 아버지와 함께 보드빌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부모가 이혼한 일곱 살 이후로 아버지의 순회공연을 따라다니거나 신문기자인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브로드웨이에서 전문적인 배우로 출발한 것은 열여덟 살 때였다. 휴스턴에게 배우로 스타가 된다는 것은 감독과 극작에 대한 꿈 뒤에 따라붙은 덤 같은 것이었다.
그는 시나리오 교정자로 영화에 입문하여 「모르그가의 살인사건(1932)」 같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다듬다가 「하이 시에라(1942)」 같은 중요한 작품들을 써내기에 이른다. 작가 겸 감독으로서 데뷔한 작품은 「말타의 매(1941)」였고, 그 후 평생 동안 상업적 및 개인적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진행했다.
휴스턴은 자신의 영화에서 몇 차례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특히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1948)」에서 연기한, 적선을 요구하는 걸인들에게 들볶이는 흰 양복의 관광객 역이 돋보였다.
그러나 오토 프레밍거가 「더 카디널(1963)」에서 고위 성직자로 그를 캐스팅할 때까지 다른 감독의 작품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교활하고 우악스럽고 주로 사악하고 때로는 온화한 권위적 인물들을 연기했다.
「캔디(1968)」에서 돈 밝히는 의사, 「카지노 로얄(1967)」의 M, 「드 사드(1969)」에서 사드 후작의 숙부이며 타락한 성직자, 「혹성탈출 5 : 최후의 생존자(1973)」에서 곧바로 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인원으로, 「차이나타운(1974)」에서 비할 데 없이 타락한 노아 크로스로, 텔레비전 영화 「호빗(1977)」에서 간달프의 목소리 연기 등을 했으며 「윈터킬즈(1979)」에서는 조셉 케네디를 허구화한 인물로 분했다. 다섯 번 결혼한 그는 배우인 안젤리카 휴스턴, 배우이자 감독인 도티 휴스턴, 감독인 대니 휴스턴의 아버지이다.
1964년에 아일랜드의 시민권을 얻었고 그곳에서 여러 해를 살았으며 아들 대니의 「미스터 노스(1988)」에 카메오 역으로 출연하던 중 폐기종으로 사망했다.


작품해설

존 휴스턴의 가장 효과적인 '작은 영화' <팻 시티>는 한물간 권투선수(스테이시 키치)의 이야기다. 그는 할리우드의 상투적인 이야기답게 실패할 게 뻔한 재기에 도전하고, 패배 앞에서도 그 단호한 결단력으로 일종의 초월을 성취한다. 휴스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처럼 툴리(키치)도 가장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데, 우연히 자존심을 회복할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어니(제프 브리지스)라는 젊은 권투선수를 알게 되어 그의 조언자이자 경쟁자가 되고 둘이 함께 성공을 추구한다. 어니는 권투로 성공할 만큼 재능이 있지만 그 역시 상황의 포로가 되어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끝없는 책임의 삶을 살아야만 할 상황에 놓인다. 툴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자기파괴적이고 정신이상자 같은 오마(수잔 타이렐)는 그를 버리고 자신을 학대하고 함부로 대하는 옛 연인에게 돌아간다.
영화의 마지막에 고립과 실패 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툴리는 남성적 성취의 삶을 살기에는 그다지 '자유롭지' 않다. 휴스턴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기름진 도시'로 가는 쉬운 길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팻 시티>는 실감나는 권투 장면과 캘리포니아의 칙칙한 로케이션과 인물을 잘 이해하는 재능 있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자기변신과 초월이라는 실현될 수 없는 꿈을 이루려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집착을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으로 그려냈다.
아울러 이 영화는 복싱이란 스포츠가 모든 이들에게 꿈을 이루어주지 못하고 단지 생계를 위하여 할 수 없이 올라가는 마지막 삶의 조건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권투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존 휴스턴이었던 만큼 이 영화는 무명, 퇴물, 3류 복서들의 고통과 애환을 잘 담아내고 있으며 미국이나 한국이나 무명 복서들의 설움은 똑같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제프 브리지스의 신인 시절 모습도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KBS에서 딱 한번 방영 이후 좀처럼 접하기도 구할 수도 없는 희귀작으로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