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실패한 인생,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 드립니다..
화려한 도시 파리, 그 이면에는 삶의 의지를 잃고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 미시마의 가족은 이처럼 슬프고 우울한 사람들을 위해 자살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자살 용품을 판매함으로써 손님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이 이들에겐 행복이다. 행복, 미소, 사랑 등의 가치는 미시마 가족의 사업을 방해하는 쓸모 없는 것이기에 금기시 하며, 그들은 우울, 두려움, 공포, 슬픔 등의 감정에 몰입하는 것을 지향한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자살을 하기 위해 오는 손님은 끊이질 않고 사람과 취향에 따라 저렴한 밧줄, 비닐봉지부터, 독약, 할복도구 등의 맞춤형 자살도구를 개발해주는 장사 수완을 발휘하며. 미시마 가족의 가게는 나날이 번창해나간다. 하지만 어느 날 이 가족에게도 골칫거리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막내 아들 알랭이다. 태어날 때부터 웃는 얼굴로 세상에 나온 알랭. 언제나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을 지닌 귀여운 꼬마다. 모든 이로 하여금 엄마미소를 품게 할 사랑스러운 아이이지만, 주인공 부부에게는 아들이기 전에 사업을 방해하고, 자신들의 가치관에 혼란을 주는 골칫거리이다. 알랭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살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행복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시작한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변화는 조금씩 그들의 가족에게 일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모두의 마음을 돌리고 진정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데...



[ABOUT MOVIE]

삶의 이유는 우리 가까이에 있어요..

파리의 자살가게.
이 영화를 감상한 이유는 영화보다 먼저 출간된 소설 때문이었다.
장퇼레의<자살가게>라는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내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꼭 읽어보고 싶은' 도서 버킷리스트에 고이 담아뒀던 작품인데 책을 구하는 시간보다 영화를 접할 기회가 더 빨리 주어진 덕분에 80분 남짓한 러닝타임의 이 작품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집에서 자살을 일삼는 프랑스 어느 거리.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채 고층 건물에서 뚝 떨어지고, 거리를 돌진하는 차 앞에 무작정 뛰어드는 그렇게 길에서 처참하게 죽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화 초반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개 영화는 시작할 때 음식으로 치면 '에피타이저'같은 영상을 띄우는게 관행인데 <파리의 자살가게>에서는 아주 어마어마한 임팩트 장면을 에피타이저로 관객에게 선사한다. 새가 날고 있는 높이와 맞먹는 높은 건물 옥상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장면,
그리고 거기에 떨어지는 그들의 신랄한 비명소리까지.

그렇게 죽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 얼굴에는 어두움이 한가득드리워져있는 사람들의 사이로 어느 골목길을 돌면, 유일하게 활기를 띄는 밝은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이 바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자살가게>다.

3대째 가업으로 자살가게를 운영하는 부부. 그들은 자신들도 죽고싶을만큼 우울하고 의미없는 삶을 살지만 가업을 잇기 위해, 그리고 자살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조금 더 쉽게 도움으로써 얻는 수익들을 유지하기 위해 '더 쉽고, 더 편하게' 자살하는 방법을 손님들에게 알려준다.

자살가게는 늘 손님으로 붐빈다. 매일같이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다.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독약을 그들은 '효자상품'이라고 표현하는데, 늙은 부모를 죽음으로 내모는 자식들의 모습을 풍자하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3초면 죽죠. 완전 효자상품이에요. 우리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이죠.

뮤지컬 형식으로 구성된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익살스러운 모습의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며 삶이 의미없음을, 우리가게를 통해 죽음을 쉽게 접하기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대화는 아래와 같다.


“58유로에요.”
“그렇게 비싸요?”
“비싸긴요. 거저죽는 거에요.”

하지만 자살가게 주인 부부에게 '알랑'이라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만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쌩글 웃는 알랑.
우울한 사회 속에서도, 웃지 않는 가정환경 속에서도 알랑은 늘 웃었으며 늘 긍정적인 생각만 하는 꼬마로 자란다. 긍정적인 생각, 삶에 대한 진취적인 자세를 가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이 우울한 삶을 변화시켜보겠다고 다짐하면서부터 자살가게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알랑의 부모, 형과 누나에게 '희망', '미래' 등 '앞 날'에 대한 가능성을 심어주게 되는데 무한 긍정 에너지를 가진 알랑의 영향력을 무시하던 그의 부모마저도 서서히 변화시켜나가는 그 꼬마의 능력이 영화에서 잘 표현된 것 같았다.


내가 아빠를 웃게 만든다면 저를 용서해 주세요.

자신의 행동으로 화가 난 아버지를 앞에두고 고층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알랑. 하지만 알랑의 '떨어지는 행위'는 앞서 자살하던 사람들의 행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죽음'을 위해 뛰어내린게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삶'을 주변인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행위의 떨어짐이었다.
웃음과 희망, 기쁨을 가족에게 선사하려는 알랑의 노력 끝판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파리의 자살가게>는 책을 참 잘 살렸을 것 같은 영화다. 아직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왠지 그런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거운 메시지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고 가까운 이야기이기도 한, 자살에 관한 블랙유머러스한 작품.
애니메이션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이 작품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가장 크게 자리잡는다. 죽음에 대한 선택도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삶에 대한 의지 역시 너무나도 나약한, 그래서 쉽게 죽으려고 하는 우리시대의 청소년들에게 꼭 이 작품이 제 몫을 치를 수 있기를..


[DIRECTOR]

감독 _ 파트리스 르꽁트 (Patrice Leconte)


1947년 파리 출생, 만화를 집필하고 단편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전문가들〉(1985) 같은 상업적으로 성공한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탄뎀〉(1987), 〈하이어 씨〉(1989), 〈탱고〉 (1993), 〈리디큘〉(1995) 등이 있다.

사랑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우연적 혹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한 '남'과 '여'의 사랑을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로 풀어내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말장난 게임을 통해 프랑스 역사를 재해석했던 작품 〈조롱〉으로 97년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다양한 소재를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한 감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의 전개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과 다니엘오떼유, 바네사파라디가 주연한 감각적인 흑백 영화 〈걸 온 더 브릿지〉를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파리 태생의 그는 프랑스적인 감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언제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며 수많은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Filmography
영화
<프라미스>(2013), <파리의 자살가게>(2012), <미녀들의 전쟁>(2008),
<마이 베스트 프렌드>(2006), <친밀한 타인들>(2004), <기차를 타고 온 남자>(2002),
<길로틴트래지디>(2000),<걸 온 더 브릿지>(1999), <하프 어 찬스>(1998), <리디큘>(1996),
<뤼미에르와 친구들>(1995),<탱고>(1993), <사랑한다면 이들처럼>(1990) 외

수상
1979년 덴마크 비평가상 최우수영화상 <내 인생에>
2003년 제29회 LA비평가 협회상 외국어영화상 <기차를 타고 온 남자>
2002년 제59회 베니스영화제 관객상<기차를 타고 온 남자>
2000년 모스코국제영화제 러시아영화비평가상
1999년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특별상
1999년 시네마니아영화제 관객상
1997년 제22회 세자르영화제 감독상, 작품상 <리디큘>외
 

■ 원작소설 장 퇼레의 <자살가게> 영화화!
■ 뮤지컬 형식으로 구성된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익살스러운 모습의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며 삶이 의미 없음을, 우리가게를 통해 죽음을 쉽게 접하기를, 끊임없이 전달!
■ 자살에 관한 블랙유머러스한 작품 <파리의 자살가게>!